지난 2년간 참 많은 일들을 해온 것 같다. 부족하지만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남고자 했다. 그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서 지금 큰 후회는 없다.
어제는 오랜만에 30년지기 친구와 만났다. 아빠의 덩치를 곧 추월할 것 같은 아들녀석을 데리고 시커먼 맥주를 들고 찾아 온 녀석의 앞니가 없다. 30여전 전 사촌 동생과 장난을 치다가 빠진 앞니를 겁도 없이 그대로 끼워 넣고 다니던 녀석은 30여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앞니가 빠진 상태로 내 앞에 등장한 것이다. 녀석의 일상을 너무도 소상하게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왜 녀석의 온 몸이 망가지고 있는지 그 망가진 몸으로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부여잡고 있는지 나도 알고 녀석도 알고 있지만 나의 말을 그저 듣기만 하는 녀석의 심정은 내가 모르는 나와 다름과 틀림의 중간에 서 있으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오늘은 다음달이면 캐나다로 떠나는 친구를 만난다는 연락을 받았다. 몇 해전 아내를 사별하고 두 아이를 키우던 녀석이 불현듯 이 땅을 떠나서 살겠다는 선포를 한지 꼭 두 달이 되었다. 만나서 소주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어 왔는데 다른 친구 녀석들이 날을 잡은 모양이다. 애써 잘 가라는 말도 못하고 그렇다고 잘못된 선택이라 생각하지도 않으면서도 무어라 딱히 할 말이 없기에 그 자리에 참석을 해야 하는지도 고민이 된다. 어쩌면 다름과 틀림을 애써 찾으려 하는 갈증에서 오는 위선 일지도 모르겠다.
늘 아내에게 미안하다. 두 번이나 사업에 실패하고 못 볼 꼴을 보여준 남편이기에 스스로 위축이 될 만도 한데 오히려 큰소리 치는 내 모습을 그녀는 얼마나 원망 했을까 그러고도 하고 싶은 일들만 하고 다니고 마시지 말라는 술에 피우지 말라는 담배를 늘 달고 다니는 남편은 아마도 사랑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증오의 대상으로 변질되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부부는 다름과 틀림이 아닌 그 이상의 무엇이 존재하리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세상사라는 것이 참 좁다. 그 울타리 하나를 벗어나면 얼마나 큰 꿈들이 꿈틀거리는지 모를 일인데 나는 맞고 너는 틀리고 그렇게 주관적인 판단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하는 울타리 속 인간으로 남는다. 오늘도 술자리가 있으니 아내는 쉼 없이 잔소리를 해댈 것이고 그 술자리에 나와 다른 정치색을 가진 이와 한참을 논쟁 할 것이며 소주와 맥주와 양주 사이를 또 이슬이냐 카스냐 또는 양주는 브르조아 어쩌구 저쩌구 하는 논쟁 속에 서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지난 2년동안 해온 일들을 정리하려 한다. 그 이유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 아내에게 한 10억 정도 손에 쥐어 줘야지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캐나다로 간 친구를 만나러 소주 한 병 들고 불현듯이 떠날 수 있는 그런 모습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지치고 지친 영혼의 방황으로 온 몸이 망가진 이들에게 세치의 혀가 아닌 물질적인 도움을 줘야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이다.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틀린 지는 모를 일이다.
오늘 아침 작은 녀석이 내 콧등을 문지르며 뽀뽀를 해댄다. 빨리 일어나라는 신호다. 간밤의 숙취는 모두 잊은 채 나는 또 출근 준비를 한다. 큰 녀석이 아빠의 귓볼에 살며시 속삭인다.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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