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료[영상.방송]/기고

수의사와 보신탕 _ 김 기자의 좌충우돌 인터뷰

by 김PD씨 2015. 6. 4.

 어느 날 젊은 처자가 강아지 시츄를 안고 동물병원에 나타난다. 잘 놀던 녀석이 갑자기 시름시름 앓아서 임의대로 약을 사다 먹인 모양이다. 이것저것 검사를 해본다. 검사 결과 생명에 치명적이고 큰 고통을 수반한 질병이었다. 치료비로 300만 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말을 한다. 젊은 처자는 무척 놀라며 한마디 던진다. 그 돈이면 몇 마리를 사는데……. 그러곤 이내 안락사 시키면 얼마가 드느냐고 묻는다. 십수만 원이 든다고 이야기해준다. 그녀는 비싸다고 투덜거린다.



닥터 K는 수의사다.

그는 자신을 노출시키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본 기사에서는 닥터 K라는 호칭을 쓰기로 했다. 스스로가 수의사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모든 수의사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킨다. 개인의 이야기라는 것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해달라고 말한다. 그렇게 조심스런 인터뷰는 시작된다.

김 기자 : 수의사가 되자는 계기가 있었다면?

닥터 K : 황우석 환상이 있던 시절이었어요. 그때는 일반 의사와 수의사, 의대냐 수의대냐의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던 시절이었지요. 그때 생각에 신은 모든 생명의 근본을 제작하고 의사는 그 창조물을 수리하는 기술자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수의대를 선택했죠.

김 기자 : 그럼 지금은 수의대 선택에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가요?

닥터 K : 아니요. 많은 현실에 직면하며 조금씩 그 환상이 깨지기 시작한 거죠. 우선 황우석 박사의 행보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수의사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좀 더 객관적인 평가와 조사가 이루어졌더라면 대한민국 생명공학 부분에 보다 방대한 기회가 조성되었을 겁니다. 아울러 수의대학생 들에게 자부심과 연구의 활성화가 조성될 수 있었을 기회인데 그것을 다 날려버린 결과가 된 겁니다. 황 박사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시죠. 할 말은 많지만…….

김 기자 : 네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다음 기회로 미루죠. 수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닥터 K : 수의대를 나와야 자격증을 딸 수 있어요. 그러러면 일단, 수능시험을 봐야겠죠? 아니면 편입도 있어요. 수의사가 되기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여러 경로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다른 예를 하나 들어 드릴게요. 버클리 음대를 다니다 편입을 한 친구가 있는데 이유는 하나,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이중국적인 경우인데 뭐 그런 방법도 있습니다.

김 기자 : 그런 친구들이 사명감이나 생명존중 뭐 그런 것이 있을지 의문은 드는군요. 그럼 일반 의사들이 수의대로 편입하는 경우는 있나요?

닥터 K : 거의 전례를 찾기는 힘들고요. 이런 경우는 있었습니다. 의대와 수의대를 동시 합격했어요. 부모님들은 의대 입학을 희망하시는데 이 친구는 동물이 정말 좋아서 수의대에 입학했지요. 그런데 그 친구가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어요.



김 기자 : 그러면 수의대를 다니다가 의대로 편입하는 사례는 많은가요?

닥터 K : 많지요. 수의대 졸업하고 의과전문대학원 나와서 의사 생활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습니다.

김기자 : 그렇다면 수의사와 의사의 사회적 인식 차이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닥터 K : 제가 서두에 말씀 드렸지만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사건 때가 수의사들에게 있어 자신감이나 인기가 최고조 아니었나 싶네요. 그 후 병원에서 현실을 직면하고 보니 가장 큰 문제는 ‘자가치료’ 조항의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서 ‘참 어려운 자리구나. 수의사라는 자리는…….’이라는 회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현실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의사로 돌아서는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드네요.

김 기자 : 참 생소한데요. ‘자가치료’라는 게 뭡니까?

닥터 K :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예방접종이다 뭐다 해서 병원에 자주 가게 되잖아요. 예방주사도 병원에서 직접 맞고 또 아프면 진료를 받고 치료 받아요. 물론 병원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죠. 그런데 동물은 달라요. 예방접종도 주인이 직접 할 수 있고 간단한 치료도 주인이 직접 해요. 그것을 ‘자가치료’라고 하죠. 기본적인 부분을 떠나서 골절상이라든지 여러 가지 외상도 ‘자가치료’가 가능하죠.

김 기자 : 외상까지요? 그들이 병원에 오지 않는 이유는 뭐죠?

닥터 K : 이유는 간단하죠. 돈입니다. 일반약품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직접 사다가 예방주사도 놓고 외상에 약을 발라주듯이 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요. 아무래도 병원에 오면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보험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병원 가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김 기자 : 아직까지 동물들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군요.

닥터 K : 아마도 제가 죽을 때까지도 어려울 겁니다. ~~~

김 기자 : 그럼 동물약은 어디서든 쉽게 구입할 수 있나요?

닥터 K : 아무데서나 구입할 수는 없고요. 기존의 약사들이 하루 정도 교육을 받으면 동물약도 취급할 수 있어요. 동물약국과 병행이 되는 거죠. 아마 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은 동물약국이 어디어디에 있는지 잘 아실 겁니다.

김 기자 : 동물약국에서 약품을 구입하실 때 주의할 사항이 있나요?

닥터 K : 그냥 예를 하나 들어 들게요. 예전에 강아지 한 마리가 입원한 적이 있었어요. 이 녀석이 음료수병 뚜껑을 삼켰는데 자꾸 구역질을 하니까 주인이 동물약국에 가서 구토 억제약을 사 먹였던 모양입니다. 그 약사도 구토 증세만 설명 듣고 구토 억제약을 주었겠지요. 문제는 동물들이 말을 못하고 괴로워한다는 사실이죠. 고생고생 하다가 병원에 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수술하기도 그렇고 좀 어중간하더군요. 그래서 구토를 유발시켜서 뚜껑을 빼낸 적이 있어요. 조금 시간이 경과했다면 사람처럼 수술을 하거나 경우에 다라서는 사망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동물약국을 이용하시는 것도 좋은데 어떤 증세냐에 따라서 처방해야 하는 약들이 다 틀려요. 그 점은 꼭 기억해주셨으면 하네요.

김 기자 : 참, 보신탕은 드시나요?

닥터 K : 예전에는 제법 먹었는데 요즘은 가금씩만 합니다.

김 기자 : 예상 외네요.

닥터 K :저는 이런 경우 개인적으로 식용과 애완의 개념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물론 식용으로 취급 받는 개들을 치료해주기도 했고요. 그것은 개인 기호의 차이가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보신탕을 뜸하게 먹는 계기가 있었지요. 본과 2~3학년 때로 기억하는데요. 제법 깔끔하게 관리한다는 개사육장을 간 적이 있었어요. 나름 관리에 자신이 있었으니 저희들을 초청했겠지요. 그때 큰 충격을 받았어요. 자세하게 말씀 드리기는 어렵고요. 조그마한 우리에 개들이 꼼짝달싹 못하게 서 있고 배설물은 아래로 바로 빠져나갈 수 있게 시설이 되어 있는 겁니다. 마치 닭장 구조랑 비슷해요. 배설물 빠져나가는 망에는 배설물이 덩어리가 되어 굳어 있고……. 더 큰 충격은 개들을 살펴보니 진드기니 벌레들이 온몸을 기어 다니는 겁니다. 끔찍하더군요. 그 이후 한동안 보신탕에는 손이 가지 않았어요. 전국의 개사육장 실태를 조사해보면 대부분 그 이상 가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김 기자 : 그럼 개사육장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요?

닥터 K : 제가 알기로는 현재까지 뚜렷하게 규제할 방안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어느 시골마을을 간 적이 있어요. 연로하신 어르신이 아주 죽겠다고 하소연을 하시더군요. 야산에 개사육장이 있는데 시끄럽고 냄새에 더럽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고장을 떠나려 해도 땅이 팔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땅값도 개사육장과의 거리에 따라 차이가 많고…….

면사무소인가 읍사무소인가 신고도 해봤는데 개를 판매한다거나 뭐 그런 증거들이 없는 이상 규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하더군요. 가끔 제가 방문하는 동네인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김 기자 : 개사육장이 있는 동네는 땅값도 떨어지고 매매도 되지 않고……. 처음 알았네요. 마지막으로 월간 地酒 독자들께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편하게 해주세요.

닥터 K :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라 하기에도 그렇고 후진국이라 하기에도 참 그런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선택합니다. 개 또는 고양이 등이 많은 것 같아요. 전국적으로 한해 유기견 수가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기사에는 15만에서 20만정도로 예측하는 것 같더군요.

반려동물을 선택할 때는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내 가족같이 키우고 보살피고 사랑해줄 수 있을지. 녀석들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많은 분들이 반려동물들이 아프면 병원에 데리고 옵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마치 장난감 다루듯 쉽게 대하기도 합니다. 좀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안락사 시켜달라는 말을 쉽게 할 때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반려동물을 진정 가족으로 생각하며 신중하게 분양을 한다면 유기견 수가 현저하게 줄어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섣부른 ‘자가치료’도 또 하나의 동물학대라는 사실 잊지 않아주셨음 좋겠습니다.

김 기자 : 네. 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닥터 K : 네. 저도 감사드립니다.



닥터 K의 동물병원을 나오는데 원장실 입구로 쫄레쫄레 걸어오는 시츄 녀석을 본다. 그 녀석이다. 나름 사정이 있었겠지만, 치료비 300만 원이 아까워 안락사 시켜달라고 젊은 처자가 요청했던 시츄 그 녀석. 닥터 K는 차마 녀석을 안락사 시키지 못하고 치료해서 병원에서 키우고 있다. 영롱한 눈망울을 출렁거리며 혀를 날름거리는 녀석의 모습이 김 기자의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올해는 8월 7일이 말복입니다. 삼가 故犬의 명복을 빕니다



본 글은 '월간地酒' 2014년 8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