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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벗는 일
생각이라는 놈은
머릿속에 머뭇거리며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너를 생각할 때면
늘 그랬다.
그리움이란 놈은
가슴속을 기웃거리며
머릿속을 멍하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너를 그리워할 때면
항상 그랬다.
머리는 가슴에 떠 있는 섬
가슴은 머리에 떠도는 안개 같아서
너를 생각할 때면
너를 그리워할 때면
중환의 시간에 앓아 버리는 영혼
가슴과 머리가 바뀌어 버리는
변형의 혼란에 시름하다가
안개 짙은 섬
등불 하나 밝히는 일
잉모초 한 사발 벌컥 들이키듯
쓴 감각의 격정에 몸서리치며
사리 같은 응축을 가려내는 것
너를 벗는 일이다.
시를 벗는 일이다.
김주탁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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