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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가로가 긴 멀쩡한 액자
-김주탁-
오십 넘은 옛 친구와 한잔하고
모처럼 당구에서 이대일로 아깝게 깨지고
집 쪽으로 들어선 골목길
여기 저기 떨어진 홍시에 미끄러져
혼자서 성질 부렸다
젠장 요즘은 되는게 하나도 없어
에이씨 하면서 툭툭 방뎅이 털고 일어났다
끈적이는 손바닥 전봇대 쓱쓱 문지르다
버려진 가로 긴 액자를 보았다
어깨 키만한 목단그림 액자였다
옛사랑의 버려진 편지처럼
구겨지거나 찢어지지 못하고
다소곳한 운명의 자세로 아침 청소차 기다린다
목단액자는
가정의 화목과 부귀영화의 은행 그림이다
누가 이 늦은 가을 어둠의 길거리에
낙엽 뒹구는 밤시간의 허무를
낡은 문패처럼 버려 두었는가
그 허무와 덧없음을 이해하려다
내 가을 다 가버리겠다
[사랑스런 후배 인학에게 즉흥시로 혜존!]
http://www.podbbang.com/ch/9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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