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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역에서
내 고향은
한반도 가운데 속의 한가운데
바다가 없는 내륙의 영토를 살았다
산과 들과 강으로 펼쳐 놓은 땅에서
통금이 없던 아비의 고된 시절은 보리쌀 같은
까칠한 가난을 섬겨 왔으니
푸른 금강의 이마에 사금파리 같은 별이 뜨면
야금야금 어미의 가슴이 쑤셔오던 밤
봉숭아 꽃잎 한장 한장 짓이겨져
무명실에 묶인 누이의 손톱을 붉게 먹었다
유리창에서 자라나던 손풍금 소리의 꿈아
꿈의 꿈속을 배회하던 어린 얼굴들아
시간의 저울은 점점 기울어져 가고
꽃잎 하나 떨어지는 소리가 쓰러지는 역
눈물의 심장에 박힌 그리움의 자궁에서
경부의 열차는 사탕 같은 별들을 매달고
입 다문 차창의 가슴을 덜컹거리며
플랫폼에 들어 오고 있었다
- 김주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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