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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유정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는
덜 검어 보인다더니
매화리 지나 자구티 넘어가는 길섶에
손톱만 한 풀꽃도 이쁘기만 하네
살아온 길을 되돌아가다 보면
사람의 세월만 시끄럽게 부스럭거리고
옹이 같은 기억들이 빼꼼거린다
평산리는 내 첫 울음점이다
억만 겁 시간의 연이 뒤섞여 오다가
몽고 낙관을 찍히며 내가 발아한 곳이다
밥보재 걷어 낸 싸리 광주리의 들 밥처럼
소담한 고향의 표정들이여
길은 멈추지 않고
노각같은 허리를 틀어 금강 쪽으로 굽어 나가고
봄날은 처녀의 젖가슴처럼 간지럽다
이별의 경계에 이르면
봉긋한 묏등에는 할미꽃이 피려고
애써 막 피워 내려고
꽃은 뿌리의 탯줄을 끊어 내고 있다
애틋한 삼월의 산문이 시작되고
고향에는 고향에는 포근한 유정만 남아
가슴속에 섬이 되고 있었다
- 김주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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