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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경이꽃
쥐와 새가 만났다
굴을 파고 숨어 사느니 날개를 달고 세상을
날겠다던 쥐는 새와 은밀한 거래를 하였다
새는 비행의 자유를 나누어 주는 대신
허공의 반에 대한 상호 불가침을 주고받다가
이분할 수 없는 하늘을 고민하였다
어리석은 세상이 입을 다문 사이
둘은 절묘한 협약 하나를 주고받았다
새가 둥지로 날아가며 어둠을 끌고 왔고
박쥐는 새가 버린 밤하늘에 날아올랐다
그것들이 낮밤으로 쪼아 먹던
집채만 한 탐욕의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리
질경이 꽃이 피고 있었다
밟혀도 밟혀도 꺾이지 않는 풀 몸을 일으켜
하얀 꽃이 피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나는 꽃
질경 질경 피었다
- 김주탁 -
-질경이 꽃말은 발자취다. 민중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고 싶은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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