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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의 기억
아버지는 늘그막에 농사일을 배웠다
아픈 어깨를 두고 농사 탓을 했지만 농사를 모르는 내 어깨가 아픈 것을 보면 아버지의 진단은 틀렸었다
석양의 목덜미가 물속으로 빠질 무렵이면 나는 낚시를 던졌다
반원을 그리던 별이 찌를 건드리면 잔물결이 일었다
먼 조상이 물고기 모양이었다고 했다
내 몸에는 비늘에서 미늘로 생존방식을 바꾼 이유가 남았을 것이다
다음 조상은 물고기 낚는 기술을 전했을 것이다
검은 산 그림자가 흔들리다 말없이 물 아래로 내려가곤 했다
밤새 낚시를 들어올렸다
미끼를 따먹고 달아나는 붕어가 쓰다가 밀쳐 둔 글줄을 닮았다
물에 뜬 별이 지워질 때까지 나는 낚시의 기억을 살려내지 못했다
내일은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이다
어깨 통증을 느끼며 낚싯대를 접고 물비린내 나는 손을 씻었다
풀죽은 낮과 밤을 문대던 저수지에는 일상처럼 물안개 피어올랐다
- 이국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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