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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의 꼬심
젊고 독한 내 여자가 있다
내 어리숙함을 사랑하는 여자는
나의 낡고 고루한 교감에 싫증이 난 듯
끓어 오르던 뜨거움도 몇 도 식혔다
오늘도 너는 나의 빈 틈을 꼬시고
나는 너의 수액을 꼬드긴다
내 혀끝은 깨진 노른자처럼 혼미해지고
하얀 망각의 온도를 숨긴 너는
홀짝홀짝 있는 대로 속을 내주고 있다
문밖에는 꽃잎이 성큼 피려 하는 데
젊은 내 여자여
젊고 뜨거운 도둑괭이 같은 여자여
도깨비 같은 봄이 또 오는구나
후회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어
제 발등을 쿵쿵 찍으며 절룩거리는 밤
내 심장은 엇박자로 뛰고
창백한 씁쓸함은 쏟아진 잉크처럼 번진다
멀쩡한 사람은 내 여자를 모른다
지폐보다 날카로운 여자여
내가 알고 있는 네 꼬심의 뻔한 이유를
막잔에 따라 놓고
한숨의 주름을 꼬집어 보았다
백치처럼 웃고 있는 내 여자여!
- 김주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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