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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딸바보 아빠의 "사랑하는 내 딸"

by 김PDc 2019.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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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퇴근.

그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무엇인가를 끄적이고 있는 중학교 1학년 딸아이
왜 안 자느냐는 아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는 녀석
무엇인가 골이 나도 단단하게 난 모양이었다.

유독 편의점 생우동을 좋아하는 녀석
퇴근하며 사 들고 간 생우동을 조리하여 식탁 위에 놓고
소주 한 병을 꺼내 든다.

생우동의 미끼는 녀석의 코를 자극하고
녀석은 주섬주섬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식탁 다가온다.
녀석의 그릇에 반쯤 생우동을 덜어주고 한마디 한다.

"딸 힘들지?"
"아까 왜 아빠 말에 대꾸 안 했어?"
"엄마가 시킨 숙제 하느라고..."

말꼬리를 흐리는 녀석의 속내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대답은 해야지."
"네."

"딸. 세상에는 몇 종류의 성이 있는지 알아?"
"남자, 여자 그런거 아니야"
"아니. 세상에는 이가와 해가만 존재해."
"아니 그게 무슨 성이야?"
"딸. 세상에는 내게 이로운 사람 이씨와 해로운 사람 해씨가 있어."
"부모는 자식이 자신에게 이로운 사람과 해로운 사람을 골라낼 수 있는 그런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어."
"그래서 엄마도 딸한테 좋은 말들을 하고 싶은 거야."
"간혹 그것이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을 거야. 아빠도 서희 나이 때는 그랬거든...."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이로운 사람일 수밖에 없고 자식이 부모보다 훨씬 잘되기를 바라며 사는 바보 같은 존재라는 거야."
"아빠의 말에 딸이 100% 이해하기를 바라지 않아 마음을 열고 조금씩 조금씩 이해해 가기를 바라지."
"그렇게 해줄 수 있겠어?"
"네."

그 후 30분가량 녀석은 학교 이야기에서 친구 이야기를 주절거린다.

아이를 재우고 책상 앞에 앉아 지난 일들을 회상한다.

학교에 다니며 부모님의 속을 얼마나 썩여드렸나. 
또는 사회에서는…. 살다시피 한 중국에서 일들. 그리고 매일 전화를 기다리던 부모님들.
혼기가 지나서 늦은 결혼을 할 때까지 노심초사하셨던 부모님들….
이제야 그 모든 일이 이해가 되고 죄스럽게 느껴지는지….

책상에 앉아 12년 전 핸드폰로 찍어놨던 딸아이의 영상들을 본다.

이렇게 소중하고 사랑스럽던 아이
나도 예전엔 부모님들께 그런 아이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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