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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해가 뜨는 시간이 되면
햇살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뭍으로 오른 초목들은
물에 불은 몸통을 훌쩍 키워 내고
널찍널찍 잎을 넓혀 나갈 때
꽃으로의 진화는 서툰 실수였을까
미완에 머문 불구의 몸이라도 좋았다
초록 하나의 힘이라도
바닥에 바짝 엎드린 힘줄인 듯 붙잡고
가끔 풀의 정체성을 혼돈 하는 날이면
민꽃의 이끼는
젖은 바위라도 헛뿌리로 모질게 끌어안고
그 억측의 생김으로
원시의 꿈을 꾸었다
싱그러운 저 숲의 밑바닥을 지키는
소박한 욕심의 꿈을 보라
늘 푸른 원시의 백성들을 보라
- 김주탁 -
* 민꽃 - 꽃을 피우지 못하고 포자나 홀씨로 번식하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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