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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영상.방송]/김주탁의 일詩일作

이끼

by 김PDc 2019.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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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해가 뜨는 시간이 되면

햇살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뭍으로 오른 초목들은

물에 불은 몸통을 훌쩍 키워 내고

널찍널찍 잎을 넓혀 나갈 때


꽃으로의 진화는 서툰 실수였을까

미완에 머문 불구의 몸이라도 좋았다


초록 하나의 힘이라도

바닥에 바짝 엎드린 힘줄인 듯 붙잡고


가끔 풀의 정체성을 혼돈 하는 날이면

민꽃의 이끼는


젖은 바위라도 헛뿌리로 모질게 끌어안고 

그 억측의 생김으로


원시의 꿈을 꾸었다


싱그러운 저 숲의 밑바닥을 지키는

소박한 욕심의 꿈을 보라


늘 푸른 원시의 백성들을 보라


- 김주탁 -


* 민꽃 - 꽃을 피우지 못하고 포자나 홀씨로 번식하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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