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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영상.방송]/김주탁의 일詩일作

비둘기호로 너에게 간다

by 김PDc 2019.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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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호로 너에게 간다 


경부의 하행선을 달리며

교각을 건너고 터널을 통과했다

붉은 석양의 분사 속으로

강을 지나며 물감 빛 산들을 넘기고 있었다

옥천과 영동을 지난 열차가

추풍령역에 섰다

산턱에는 몇몇 집 등이 켜지고

뭇 별들이 물방개처럼 헤엄치는 하늘 아래

단풍잎들이 우표처럼 날아다녔다

뒤따라 오던 급행의 열차들이 저 바쁘다며

차례를 바꿔 먼저 지나는 동안

난 플랫폼에 서서 뜨거운 우동 한 그릇에

작은 기쁨으로 속이 차올랐다

그리고 속닥거렸다


그리운 사람에게는 비둘기호를 타고 가자


열차는 여러 간이역마다 화장을 고치며

기다리던 응석들을 받아들이고


지리한 졸음들이 꾸벅거리는 완행의 열차는

경산역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다


쉬이 만나면 더 빨리 멀어지는 애절 때문에

그리운 사람에게는 비둘기호를 타고 간다


- 김주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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