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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읽다. - 詩를 읽다. -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는 詩. 난해함을 이해 못 해, 오늘도 그냥 읽었다. *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2024. 4. 7.
버스정류장 시화에 낯익은 이름에 잠시 시선을 고정한다. 정덕재 선배의 시 사랑 유년의 기억이 아른한 선배 가끔 페이스북에서 삶의 이야기를 스치듯 지나쳤던 정덕재 선배 아니 이젠 정덕재 시인이라 불러야 하나 세상 밖에서 춤을 추는 선배들의 글들이 참 좋다. 그냥 좋다. 김진호TV https://www.youtube.com/user/jijusystem/videos 김진호TV www.youtube.com 2022. 11. 3.
채송화꽃 _ 김주탁 채송화꽃 너 요즘 사는 게 너무 힘들지 않니 가끔 혼자 남아 있을 때 높이가 허물어진 낡은 기억의 담벼락에 짓궂은 낙서를 해봐 장맛비 그은 청야의 담 밑을 지키던 그 자그맣고 발그스렇던 일학년 맨 앞줄의 까만 눈망울 같던 채송화꽃의 키 낮은 인사 너 요즘도 그 옛날 순이 생각이 나니 아주 멀리 떠나온 날들을 쪼그려 앉아 추억의 귀퉁이에 핀 작은 표정에 거스름 하는 향기를 품은 생각 너 이제서야 쓴웃음 뒤에 알아 버리는 아련한 과거의 울 밑에 피는 채송화 꽃 너 요즘 사는 게 너무 그립지 않니 사람의 가장 아련한 곳에 마음의 가장 깊고 먼 곳에는 날마다 행선 잃은 그리움이 스쳐 가고 깜찍한 꽃 멍울을 활짝 터트리며 작은 꽃이 핀다 가련한 청순이 핀다 - 김주탁 - #김주탁 #채송화 #채송화꽃 #꽃 #시 #.. 2021. 7. 13.
시간, 공간과의 이별 그리고 그리움 시간, 공간과의 이별 그리고 그리움 감은 눈을 뜨니 또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꿈들이 365일 동안을 뒹굴었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절망과 좌절이 더 깊었던 한 해 덤덤하게 주위를 지켜줬던 당신이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 공간 안에 주어졌던 한정된 시간 속에서 당신의 숨소리와 목소리를 같이하였기에 그렇게 큰 미련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마저 다 하지 못한 그리움 한자락 남습니다. 내일이면 또 다른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겠지요. 우리의 인연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요. 언제나 내 영혼에 작은 안식을 안겨준 당신을 위해 신심을 다해서 기도하겠습니다. 신에 가호가 당신과 함께하기를...... 2019년 12월 31일 김진호 슈퍼앤슈퍼 컴퍼니 http://www... 2019. 12. 31.
단풍과 담배 단풍과 담배 끊어야지 끊어야지 아침마다, 재차 독한 다짐을 하다가도 자꾸자꾸 담배 태울 일이 생겨나 처신에게 속고 또 속으며 연초 불의 연기를 섞어 들숨을 들였다 버려야지 버려야지 저녁마다, 수차 모진 결심을 하면서도 하루하루 담배 피울 일이 벌어져 사는 일에 지고 또 져가며 가슴속을 희석하는 연기로 날숨을 뱉었다 담배를 끊을래, 술을 끊을래 아니면 생목숨 중에 무엇을 끊을래? 물어오는 내과의사 친구의 말에 술 담배라도 안 하면 당장 숨이 막힐 것 같아 녀석의 우려를 한개피 귀에 물고 끊어지지 않는 못난 생각에 불을 붙였다 순리의 막다른 명제에 다다른 단풍잎이 사내의 속된 전쟁처럼 텅 빈 무거움 마리아 릴케여! 덧 없는 사람의 가을은 인간이 인간에 대한 끝없는 변론입니다! - 김주탁 - [슈퍼앤슈퍼 - .. 2019. 11. 23.
홍시 홍시 씨앗을 위해서라면 붉은 속살의 완성을 빼앗겨도 좋다 씨앗을 위해서라면 생 가지째 꺽여져 버려도 좋다 씨앗을 위해서라면 잘 익은 기쁨이 사라져 버려도 좋다 혹여, 된서리 끝까지 홀로 남는다 해도 악착같은 종자를 위하여 온몸이 부서지고 짓뭉개져 버릴 까무러치는 투신도 좋다 너를 위해서라면 아무래도 좋다 - 김주탁 - [슈퍼앤슈퍼 - 홈] 최고의 제품, 최고의 기술로 당신의 회사를 책임집니다 superandsuper.modoo.at 인터넷마케팅, 부동산컨설팅, 영상제작, 홈피제작, 블로그제작, 제작홍보, 방송제작, 인터넷쇼핑몰 2019. 11. 23.
싸리꽃 싸리꽃 -양구 해안마을에서 돌아서거나 아니면 넘어갈 것이냐 배신당한 젊은 사랑을 찾겠다던 너는 벼락이 내어 준 길을 택했다 그 선택의 이유에 이념의 이면이 있었을까 우리는 탄창마다 M16 총알을 가득 먹이고 민통선 너머로 향했다 첫 수색은 허탕이 되었고 다음 날 탄창 대신 대검에 날을 세워 후방의 빈집이며 들녘의 볏짚 단을 쑤셔댔다 사흘 뒤 너의 탈영은 소양강 선착장에서 헌병에게 체포되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뒤에 처음 달았던 이병 계급장을 달고 수척해진 자대 동기인 너는 3포대 체리 중대로 원상 복귀했고 삼 년 동안 홀로 떠도는 사람 섬이 되었다 취사 배식을 기다리는 상병인 나의 등 뒤에서 빨간 거미줄에 붙잡힌 너의 웃음은 싸리꽃 같은 안부의 눈인사를 건네 왔다 그때의 경계를 넘어오는 꿈속 자유가 대.. 2019. 10. 22.
어제 하루 _ 사진 속 일상의 기억 중에서……. 어제 하루 한낮의 기억을 잊은 저녁이 찾아온다. 저녁의 기억을 잊은 오늘이 찾아온다. 어제는 저장된 사진 속 한 귀퉁이에 숨 쉬고 있다. - 김진호 - 사진 속 일상의 기억 중에서……. [슈퍼앤슈퍼 - 홈] 최고의 제품, 최고의 기술로 당신의 회사를 책임집니다 superandsuper.modoo.at 인터넷마케팅, 부동산컨설팅, 영상제작, 홈피제작, 블로그제작, 제작홍보, 방송제작, 인터넷쇼핑몰 2019. 10. 4.
이원역 관사 이원역 관사 화통으로 하얀 연기 뿜어내며 넓은 들 누런 벼논 사이를 가로지르는 증기 기관차가 지나가면 길고 긴 장죽 끝 아궁이에서 잎담배 불이 반짝거리며 할아버지 수염입 사이로 화차의 연기가 오려져 나왔다 그리움은 더딘 열차를 타고 세월은 대나무 장죽 연기를 타고 모두 어디로 가 버렸나 품을 사람 잊을 이름 하나 없는 빈집 낡은 추억에 홀로 남아 다 허물어져 가고 있다 - 김주탁 - [슈퍼앤슈퍼 - 홈] 최고의 제품, 최고의 기술로 당신의 회사를 책임집니다 superandsuper.modoo.at 인터넷마케팅, 부동산컨설팅, 영상제작, 홈피제작, 블로그제작, 제작홍보, 방송제작, 인터넷쇼핑몰 2019. 9. 29.
작가들이야! 작가들이야! 일이 길어져 늦게 마무리하고 갑자기 종일 더웠던 터라 혼자 추어탕에 소주 한 병 비우고 카운터에 갔다 그리고 계산이 오가던 중에 한마디 했다 티비 옆에 걸려 있던 풍경화도 사실화도 상징화도 아닌 편액 반 유화 그림에 대해 그 누구일까마는 그림 그리지 말라고 했다 원근도 선의 회합도 색채의 조합도 표정도 없고 못 된 테크닉만 짙게 처바른 꼴이 급할 때 꼭 라면 남비 받침대로 쓰면 딱일 것 같은 싸구려 그림 카운터 여자가 말끝에 칼날을 세운다 작가들이야~ 썩을 것, 하기사 나도 늘그막에 그런 시를 쓰며 세상을 탐닉하고 있으니 에라이, 남원 추어탕 반도 못 따라가는 헛 맛을 가지고, 엉뚱한 생짜 부리던 꼴이 부끄러워 먹는 것 하나에도 취해 버린 내가 싫었다 - 김주탁 - 2019. 6. 26.
씨발 씨발 월말 마감은 고질적인 압박이 되었다 술기운이라도 있어야 버틸까 한잔 걸치고 길을 걸어가다가 불쑥 나를 묻는다 딱 한 말만 뱉고 적자에서 떠나가라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씨발! 그 말밖에 생각 안 났다 산다는 것이 꼭 쌍욕 같을 때도 있지만 딱 한 번 살다가는 일에 대하여 입까지 더럽힐 수 있겠는가 씨발부터 고쳐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발 하라는 말이 꼬부라진 혀끝에서 나도 모르게 자꾸 씨발 씨발 한다 - 김주탁 - 2019. 5. 31.
포란 포란 스물 한날 정도 종란을 품다가 병아리를 열 마리나 부화시킨 어미 닭에게 새끼 수가 몇 마리냐고 물으니 나는 숫자를 포란한 것이 아니라고 꼬꼬댁 꼬꼬댁 대꾸하며 날개로 가슴을 두드리며 홰를 쳤다 참 별꼴이 반쪽일세 훗날 토종닭 백숙이나 매콤한 닭새탕이 될 놈들을 품에 가리고 사람의 어미처럼 거친 부리를 세운다 새끼를 품는 것들은 세상에 다 어미다 - 김주탁 - 2019. 5. 24.
제 3 한강교에서 제 3 한강교에서 무취업으로 졸업이 가까웠던 즈음에 천 가지 만 갈래 생각을 이고 지고 한강교를 걸어갔다 다리 건너 술집에서 천만 가지 생각들을 퍼마시고 일어나 돌아오던 다리 한가운데에 서서 흐르는 밤 강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한참 동안 거센 물줄기를 보다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노랠 불렀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아아 제 3 한강교 밑을 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 ........ 쉬지 않고 바다로 흘러만 갑니다~ 나를 두고 홀로 흘러가 버린 꿈아 다리 밑에는 또 다른 새 강물이 흐르고 남아 있는 꿈 부스러기라도 있을까 늙어가는 나이를 뒤져 보았다 - 김주탁 - 2019. 5. 23.
냉이꽃 냉이꽃 가까이 다가가야 잘 보이는 풀꽃 쪼그려 앉아야 더 잘 보이는 풀꽃 작은 욕심의 기쁨을 일러 주는 꽃 그 누구도 이쁘다 꺾어가지 않는 풀꽃 순박한 웃음을 모두 내어 주는 꽃 고향 집 순이의 볼조개처럼 피는 풀꽃 쬐그만 하얀 냉이꽃 - 김주탁 - * 볼조개- 보조개에 대한 충남의 방언 - 보잘것없는 냉이의 꽃말이 좋다.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2019. 5. 18.
글쟁이 촌막 글쟁이 촌막 사람의 사상이나 감정을 글 그림으로 적거나 인쇄한 여러 낱장을 묶어 만든 것 백과사전은 책이라 적어 놓았다 글을 쓴지 사십 년이 지나 친구가 책을 냈다 떠들썩하니 출판 기념회까지 치르고 뒤풀이하던 자리 소설을 쓰고 시를 짓고 여기저기 줄줄이 등단까지 하던 놈이 그동안 실컷 논술장사로 배불리 먹고살다가 처녀 수필집 뒷장에 전언까지 쓰고 이름을 적고 싸인까지 갈겨 대더니 내게 책을 건네고 술잔도 권한다 술잔만 받았다 `나 , 술보다 더 취하면 가져가마! 집에 가져가서 밑 닦을지도 모르겠지만, 주는 것이니 꼭 챙겨가마' 놈의 글재주 뒤꿈치도 못 되는 가난한 시인 흉내를 내는 내 손을 꼭 잡고 글쟁이 촌막 하나 짓는 일이 다 뭐라고 우린 서로 술배 터져라 웃고 웃다가 껄껄껄 울었다 - 김주탁 - 2019. 5. 16.
반비례의 맛 반비례의 맛 초장 찍은 참두릅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청한 살 맛 나지 않는가 사람의 나이는 덜어내는 것이 못돼서 점점 사는 것이 재미 없어지는 날 두 사발 세 사발 살맛을 실컷 마시다가 다음날, 죽을 맛이었다 몸의 나이도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서 숙취로 정신 차리는 아침 풋한 두릅에 생때같은 살맛에 취한 뒤에 뭐 하나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 김주탁 - 2019. 5. 15.
산수유 / 영배에게 산수유 / 영배에게 봄술이 취해 오면 무심코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저놈의 꽃 때문이다 저놈의 꽃 때문이다 노란 꽃잎이 성게 가시처럼 터져 그럭한 봄이 다 흩어지기 전에 저럭히 늙어 가는 나는 봄술을 이기지 못하고 욕질하듯 불러 보는 사람이 있다 노란 산수유꽃 주절이 피는 날이면 너도 나처럼 그러하느냐 산수유 꽃이 핀다고 너도 나처럼 늙어가며 욕질하느냐 - 김주탁 - 2019. 5. 14.
참새의 랩소디 참새의 랩소디 햇살보다 먼저 깨어나 쫑알 쫑알 아침이 시끄러운 새 끓어오른 뚝배기처럼 뽀글 뽀글거리며 필통같이 달그락거리는 수다를 떨다가 까만 전선 위로 쪼르르 몰려 앉는 콤마 같은 새 눈 정 귓정의 향수를 푸륵 푸륵 쪼아 대는 조막만 한 몸짓 살아 가겠다고 시끄럽게 살아남겠다고 짹짹거리는 스타카토 -헝가리안 랩소디 도시의 옥타브와 섞이지 않는 새의 목청을 검은 건반의 가시처럼 키웠다 - 김주탁 - -용문동 아침 골목의 참새떼! 사진이 기막히게 찍혔다 확대하면 수십 가지의 날갯짓이 보인다! 2019. 5. 11.
꽃의 명제 꽃의 명제 봄은 참이다 참을 나열하듯 꽃이 핀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핀다 시들고 져 버릴 것을 분명 알면서도 꽃의 웃음은 화려한 절정의 유희를 위하여 짙은 화장 중이다 꽃이 없는 삼월은 모두 거짓이다 - 김주탁 - 2019. 5. 8.
똥가루 서말 똥가루 서말 오늘도 지리고 뭉개 놓으셨다 확 짜증부터 부린다 몸부터 닦아 드리고 락스로 바닥을 훔치고 문질러도 락스 냄새보다 진한 똥내 아이구 아이구 짜고 짜내는 걸레질마다 지청구가 서말이다 내 똥가루 서말은 달게 드시며 웃으셨을 어머니 그깟 냄새 한 홉 맡는다고 성질 부리던 못난 치사랑 그렇게 삐툰 투정 서말은 드시고 돌아가셨다 거친 역정 서말은 젖내처럼 달게 드시고 떠나가셨다 후회 한 되 눈물 한 말 그리움 한 섬 똥가루 서말 오월의 외상값 치르는 때 늦은 불효 뒤늦은 참회의 서말값은 어찌하랴 내 피와 살을 짜고 짜내도 영원히 갚지 못할 치부 어찌하랴 어찌하랴 손바닥만 한 가슴꽃자리 영영 잃은 나를 - 김주탁 - - 카네이션 달아 드릴 가슴 없어 더욱 가슴 저린 어버이날! 2019. 5. 7.
질경이꽃 질경이꽃 쥐와 새가 만났다 굴을 파고 숨어 사느니 날개를 달고 세상을 날겠다던 쥐는 새와 은밀한 거래를 하였다 새는 비행의 자유를 나누어 주는 대신 허공의 반에 대한 상호 불가침을 주고받다가 이분할 수 없는 하늘을 고민하였다 어리석은 세상이 입을 다문 사이 둘은 절묘한 협약 하나를 주고받았다 새가 둥지로 날아가며 어둠을 끌고 왔고 박쥐는 새가 버린 밤하늘에 날아올랐다 그것들이 낮밤으로 쪼아 먹던 집채만 한 탐욕의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리 질경이 꽃이 피고 있었다 밟혀도 밟혀도 꺾이지 않는 풀 몸을 일으켜 하얀 꽃이 피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나는 꽃 질경 질경 피었다 - 김주탁 - -질경이 꽃말은 발자취다. 민중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고 싶은 풀이다 2019. 5. 6.
꽃의 눈물 꽃의 눈물 전에 보았던 목련의 순결한 개화 이번에는 또 다른 모습이외다. 알만한 시인들이 꽃이 이렇고 저렇고 언어의 바다를 항해하지만 나에게 꽃은 굳어 버린 혀가 되어 버렸네 기쁨처럼 환히 웃던 나무 연꽃이 너 없이 피어나 환히 우는 꽃 꽃은 눈을 버리고 나는 눈을 감고 서로를 본다 꽃은 절로 피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아픔을 견디는 진통이었네 너를 잊으려던 짓이 그러하였지 어느 외진 시간의 정거장을 지나며 떠나간 사람을 얼굴하는 길에 꽃도 눈물을 뚝뚝 흘리더이다 가랑거리는 봄비에 뚝뚝 빗물로 소리 없이 울더이다 - 김주탁 - 2019. 5. 5.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산에서 만난 사람은 산이 되고 바다에서 떠나보낸 사람은 바다가 된다 열차에서 마주 앉은 사람은 서로의 종착까지 잠시 열차가 되고 살다가 헤어진 어린 풋사랑 하나쯤 나직한 그리움의 배경이 된다 사람과 사람은 따끈한 차 한잔의 향기처럼 서로에게 남을 수 있다면 미움의 옷을 다 벗어 보라 눈물의 옷까지 벗어 보아라 나는 가끔씩 부끄러운 알몸을 드러내고 사랑하는 너에게 간다 살다가 사람에게 사람이 되는 일 사람이 사람에게 사는 이유다 - 김주탁 - 2019. 5. 4.
고향유정 고향유정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는 덜 검어 보인다더니 매화리 지나 자구티 넘어가는 길섶에 손톱만 한 풀꽃도 이쁘기만 하네 살아온 길을 되돌아가다 보면 사람의 세월만 시끄럽게 부스럭거리고 옹이 같은 기억들이 빼꼼거린다 평산리는 내 첫 울음점이다 억만 겁 시간의 연이 뒤섞여 오다가 몽고 낙관을 찍히며 내가 발아한 곳이다 밥보재 걷어 낸 싸리 광주리의 들 밥처럼 소담한 고향의 표정들이여 길은 멈추지 않고 노각같은 허리를 틀어 금강 쪽으로 굽어 나가고 봄날은 처녀의 젖가슴처럼 간지럽다 이별의 경계에 이르면 봉긋한 묏등에는 할미꽃이 피려고 애써 막 피워 내려고 꽃은 뿌리의 탯줄을 끊어 내고 있다 애틋한 삼월의 산문이 시작되고 고향에는 고향에는 포근한 유정만 남아 가슴속에 섬이 되고 있었다 - 김주탁 - 2019. 5. 3.
다 그래서 다 그래서 어쩌면 그 노래는 이미 불렸을지도 어쩌면 그 시는 벌써 적혀졌을지도 어쩌면 그 생각도 벌써 있었는지도 몰라 처음이라고 하는 주장들이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우리 안에, 먼 과거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미래까지 "사는 건 다 똑같아"라는 한마디 속에 담겨있는 것 같아서 어쩌면 나도 복제된 하나의 소비재 내 노래도 내 시도 내 생각도 다 그래서 다 그래서 바람도 같은 바람이어서 물도 같은 물이어서 돌고 돌뿐이어서 - 문철수 - 2019. 5. 2. 09:16 먼저 차용하는 자가 성공하는 자는 아닐까 2019. 5. 2.
불태운다는 것에 대하여 불태운다는 것에 대하여 공기가 잘 공급된 연탄불은 활활 불꽃도 거칠게 타올라 제 열에 스스로 구워지기도 하여 들판에 던져도 잘 깨지지 않고 한 생, 밟아도 부스러지지 않는 단단한 흔적을 남기는데 공기구멍 닫고 살랑살랑 조절하며 태운 연탄들은 갈아주려 집게로 잡는 순간에도 반으로 뚝 쪼개지기도 하고 골목길에 내 던지기만 해도 소갈머리 없이 부서지기도 하여 2019. 5. 1. 09:41 5월도 잔인한 달인가 - 문철수 - 노동절이 근로자의 날로 강제로 바뀐지 수십년이 지났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 또한 군사독재시절 노동이라는 의미를 퇴색시키려는 의도로 기획된 것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청정 바다는 아니지만 뻘물 짙게 밴 바다가 불과 5분 거리에 있다 30여년 전 본격적으로 .. 2019. 5. 2.
옥천역에서 옥천역에서 내 고향은 한반도 가운데 속의 한가운데 바다가 없는 내륙의 영토를 살았다 산과 들과 강으로 펼쳐 놓은 땅에서 통금이 없던 아비의 고된 시절은 보리쌀 같은 까칠한 가난을 섬겨 왔으니 푸른 금강의 이마에 사금파리 같은 별이 뜨면 야금야금 어미의 가슴이 쑤셔오던 밤 봉숭아 꽃잎 한장 한장 짓이겨져 무명실에 묶인 누이의 손톱을 붉게 먹었다 유리창에서 자라나던 손풍금 소리의 꿈아 꿈의 꿈속을 배회하던 어린 얼굴들아 시간의 저울은 점점 기울어져 가고 꽃잎 하나 떨어지는 소리가 쓰러지는 역 눈물의 심장에 박힌 그리움의 자궁에서 경부의 열차는 사탕 같은 별들을 매달고 입 다문 차창의 가슴을 덜컹거리며 플랫폼에 들어 오고 있었다 - 김주탁 - 2019.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