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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암 … 어떻게, 왜 생기는 건가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17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의하면 2017년 신규 암환자 수 1위가 위암이었다. 위암은 치료가 비교적 쉬운 초기에는 크기가 작아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소화 불량, 체중 감소, 구토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위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 나타난다. 또한 위암에만 딱 들어맞는 증상이나 징후가 없어 위암은 검진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40세 이상에서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하고 있다. 위암의 발생 과정과 원인에 대해 대전선병원 위장관외과 황성호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위암 이해하려면 위가 어떤 장기인지 알고 있어야 위암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위가 어떤 장기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음식물.. 2019. 6. 19.
제비 제비 어미는 벌레를 물어 올 때마다 열갈래 갈등이었다 작은 입이 찢어져라 울어대는 장구 북편처럼 시끄러운 노란 주둥이들 더 크게 우는 놈은 다음 차례다 속이 찼으니 더 시끄럽겠거니 하다가도 자꾸 더 크게 우는 놈의 입을 채웠다 살아남으려면 더 크게 울어라 채편처럼 두두둥둥 요란하거라 세상 한점 물어와 새끼를 먹이는 짓이 제비는 날마다 가슴 아팠다 아, 짠 눈물을 물고 와 웃음을 먹이시던 어머니 날마다 천근의 몸을 끌고 와 만근으로 주무시던 육 남매의 어머니여 마지막 먹이를 물고 온 제비는 축 처진 새끼 한 마리의 입을 채워 주었다 - 김주탁 - 2019. 6. 17.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 근대 150년 체제의 파탄 과학기술에 대한 맹목적 신봉 위에서 추진된 근대화와 군국주의, 전후 고도성장의 '총력전 체제'가 벽에 부딪힌 지금이야말로 '근대 일본 150년'을 제대로 성찰할 수 있다.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이 이끄는 구로후네(흑선)의 함포외교로 갑작스럽게 개국한 일본은 서구의 과학기술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식산흥업'과 '부국강병'의 슬로건 아래 과학기술을 탐욕스럽게 흡수하며 빠르게 제국주의 열강 대열에 합류한다. 저자는 일본이 과학기술을 앞세워 단기간에 근대화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총력전 체제'라는 키워드로 추적해간다. 국가의 전 분야를 동원해 총력을 기울여 하는 전쟁이 총력전이고, 이에 맞춰 국가와 사회 전 부문을 재편성한 것이 총력전 체제다. 이는 본.. 2019. 6. 17.
SF 시나리오 SF 시나리오 갑자기 단전 단수 단유가 된다면 나는 좋아라 춤을 출 것이다 깜깜한 세상, 별을 보며 살 것이고 접촉사고나 신호위반 대신 서로의 어깨를 부딪히다가 호형호제하며 가까워질 것이고 너의 안부를 묻기 위해 편질 쓸 것이고 목마른 놈 먼저 샘물을 팔 것이고, 지나는 아무개에게 선뜻 바가지물을 내어 줄 것이고 정말 네가 보고 싶을 때, 서너 날쯤 맘 잡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너에게 달려가리라 부둥켜안고 아무 길바닥이나 나뒹구리라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이기지 못해 별빛 달빛 내린 박주의 술로 만취하리라 제발, 지진이나 홍수나 전쟁으로의 단절로 우리의 목줄이 비틀리지 않기를 나는 먼 별나라 이야기였던 공상 과학 시나리오를 아이에게 신나라 들려주었다 - 김주탁 - 2019. 6. 15.
아빠와 아들 아빠와 아들 8남매의 장남에 장손, 아버지는 유교의 가치관으로 똘똘 뭉친 가부장적 가장의 표본이었다.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삼촌들 고모들은 일사불란했고 사촌들마저 그 근엄함에 대꾸하지 못했다. 그렇다 해서 독재자 스타일은 아니었다. 논리적인 이유와 합리적인 명령이기에 가족 친척들은 당신의 존엄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런 아버지이기에 태어나서 한 번도 친근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난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아빠라는 호칭이나 반말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그것은 살가운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라 한 부대의 대대장과 사병의 위치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아들 녀석이 '아빠?'라고 불러주면 왜 그리 좋은지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고 아빠라고 부르는 것에 아들 녀석을 꾸짖는 아내를 보면 여러 .. 2019. 6. 15.
기후 S.O.S. _ 전 세계가 탄소 오염을 끝낼 결정을 바란다는 사실을 보여줍시다. 서명하러 가기 클릭 여러분, 기회가 왔습니다. 유럽의 지도자들이 탄소 오염을 완전히 끝낼지를 두고 곧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들이 탄소 오염 종식을 결정한다면, 그것은 더 안전한 기후를 바라는 모두에게 커다란 도약점이 될 겁니다. 그러나 폴란드처럼 ‘더러운 에너지’를 계속 사용하려는 몇몇 국가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긴급히 여론을 모아야 합니다. 전 세계가 탄소 오염을 끝낼 결정을 바란다는 사실을 보여줍시다. 며칠 뒤 열릴 EU 회의에 앞서, 아바즈가 그 여론을 주요국 정부에 전달하겠습니다. 서명에 참여해 주세요. 100%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기후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 주세요! “기후 파괴를 끝냅시다!” 상상해 보세요. 하나의 대륙 전체에서 화석연료.. 2019. 6. 15.
어지럼증, 보이지 않는다고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요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어지럼증을 겪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어지럼증으로 입원한 국내 환자 수는 2017년 85만여 명이었다고 한다. 단순한 현상으로만 여겨 병원 진료를 받지 않고 그대로 지나간 사람들을 감안하면 실제 어지럼증 환자 수는 85만여 명을 훌쩍 뛰어넘었을 것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어지럼증을 겪다 보니 응급실은 항상 어지럼증 환자들로 북적인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고생시키는 어지럼증은 왜 생기는지, 어떤 어지럼증을 주의해야 하는지 유성선병원 어지럼증센터 신경과 김민지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어지럼증에도 종류 있어 … 크게 단순 현기증과 현훈으로 나뉘어 어지럼증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단순 현기증이다. 단순 현기증 환자들은 어지러운 느낌을 “머리가 멍해.. 2019. 6. 13.
노을 노을 당신은 처음에 그렇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언덕 위에 노을이 내릴 때 당신의 마음은 꿈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언덕 위에 노을이 내릴 때 당신의 이름이 헛된 세월이란 것도 뒤늦게 알아 버렸습니다 사람을 살다가 알아 버렸습니다 - 김주탁 - 2019. 6. 13.
우설 편육 우설 편육 일소의 혓바닥처럼 고단한 부처가 또 있었을까 멍석만 한 혀를 쑥 빼어 내밀고 부글거리는 입거품이 코뚜레까지 엉키고 시린 우골을 지게 작대기처럼 짚어 가며 힘써 갈아 넘기던 전답의 힘줄들 첫닭 울며 잔별 지는 새벽이면 물안개 오르듯 무럭거리는 쇠죽 김에 호수 같은 눈망울 껌벅거리며 음메 으으음메 긴 밤의 숨소리들에게 몸 울음 하였다 백열등 켜지는 연푸른 어둠 끝에서 손하품 하던 여자 통나무 구유에 여물 가득 쏟아 붙듯 사내의 국 사발 대접에 한 국자 더 퍼 담던 시루 콩 나물국 소나 사람이나 한 식구였던 아득한 통절히 깊게 패인 내 이마 고랑을 채워 오고 할아버지 뒤따라 하늘 밭으로 떠난 그 일소 잘 삶아진 우설 편육 한 접시 앞에 두고 깡소주만 들이키다가 사람 혀만 이랑처럼 꼬부라졌다. - 김.. 2019. 6. 13.
BTS (방탄소년단) 'FAKE LOVE' Official Teaser 1 BTS (방탄소년단) 'FAKE LOVE' Official MV 2019. 6. 12.
BTS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轉 Tear 'Singularity' Comeback Trailer BTS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轉 Tear 'Singularity' Comeback Trailer 2019. 6. 12.
딸바보 아빠의 "사랑하는 내 딸" 12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퇴근. 그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무엇인가를 끄적이고 있는 중학교 1학년 딸아이 왜 안 자느냐는 아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는 녀석 무엇인가 골이 나도 단단하게 난 모양이었다. 유독 편의점 생우동을 좋아하는 녀석 퇴근하며 사 들고 간 생우동을 조리하여 식탁 위에 놓고 소주 한 병을 꺼내 든다. 생우동의 미끼는 녀석의 코를 자극하고 녀석은 주섬주섬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식탁 다가온다. 녀석의 그릇에 반쯤 생우동을 덜어주고 한마디 한다. "딸 힘들지?" "아까 왜 아빠 말에 대꾸 안 했어?" "엄마가 시킨 숙제 하느라고..." 말꼬리를 흐리는 녀석의 속내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대답은 해야지." "네." "딸. 세상에는 몇 종류의 성이 있는지 알아?" "남자, 여.. 2019. 6. 11.
선영이 선영이 선영이는 지하 다방 레지였다 덩치는 크고 어린 것이 남달리 순수하고 촌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층 고시원에서 만난 우리들은 가끔 중요한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면 지하에 내려가 차 한잔과 엽차로 서너 시간 죽 때리고는 하였다. 아주 가끔 그녀의 매상을 위해 커피 몇 잔을 추가로 팔아 주기도 하였다 그녀는 차 배달은 하지 않았다 일 층에 대걸레 빨러 올라올 때 만나거나 어찌 마주치거나 하며 오빠 동생 사이가 되었을 때 나는 그녀의 눈썹 라인이나 립스틱 색조를 빈정거리며 놀려 대다가 꼬집힘의 응징을 당하기도 했다 어느 날 그녀의 배가 점점 불러오더니 이내 다시 쑥 꺼져 버렸다 술 한잔 하면서 듣기로는 젊은 동거남의 벌이가 시원치 않아 지워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의 생일이 내일이었다 마침 단풍이 .. 2019. 6. 11.
꼬막을 씹으며 꼬막을 씹으며 한 뼘을 기어가기 위해 한 모금 짠물로 썰뻘을 버티기 위해 한치의 깊이 속으로 박히기 위해 작은 것들은 몸부림쳤을 것이다 목숨을 걸기도 했으리라 한점 바다의 작은 이력을 씹으며 아, 너도 너를 산다고 발버둥 쳤을 것이다 어금니를 악물기도 했으리라 끓어 오르는 민물에 쩍쩍 입을 벌리고 쓴 술맛의 희석을 위하여 쓴 살맛의 흔들리는 중심을 위하여 쫄깃거리는 속을 뺏긴 빈 껍질들이 탁자 위에 수북 쌓여 갔다 - 김주탁 - 2019. 6. 10.
오르막에서 오르막에서 오르막 산길을 멈추어 서니 나무도 풀도 자세히 보였다 새소리도 똑바로 들렸다 멈추어 앉아 있으니 지나가는 구름의 모양도 보이고 바람 소리도 시원히 들렸다 힘들 때는 잠시 쉬어 가고 볼 일이다 산을 깔고 앉아서 말이다 - 김주탁 - 2019. 6. 10.
어머니의 총각 어머니의 총각 - 옥천 꽃동네에서 다가갈 수 없는 퇴행의 섬 울컥 속 삼키는 눈물의 피는 고들빼기 맛이 나기도 한다 건너오는 흐린 눈빛에 억장 무너져 건너가는 안부의 자음 목 가시로 찔리는 나는 오십 먹은 총각이다 달빛 꺼진 묵지의 바다 새까만 머릿속에서 총각이었다 보세요 며느리 이쁜 며느리 수십 수백 번 귀 못 박아 드려도 수천 수만 개 옹이진 가슴에 헛 박히고 불러 보세요. 아가 착한 새아가 수십 수백 개 귀 못 빼내 드려도 죽기 전에 여의어야 하는 데 너 하나 여의고 가야 할 텐 데 수천 수만 번 삼킨 응어리에 겉돌고 꿈속에서나 다시 말해 드릴까 꿈속에서나 참던 눈물 보일까 둘 같은 셋으로 햇살 한 줌 붙잡고 나와 깜부기처럼 씹혀 대는 기억들 솎아내는 휠체어와 한몸 되신 어머니 바퀴따라 걷는 매화리.. 2019. 6. 10.
대성테크 042-632-8330 간판이나 각종 조형물 제작 대전의 모든 하청 업자들이 찾는 원청 공장 중간 유통 거치지않고 직접 문의하시면 저렴하게 제작 사장님이 직접 용접및 제작을 시전 대성테크 042-632-8330 철구조물, 스텐후렘, 갈바후렘, 알미늄후렘, 스텐채널, 갈바채널, 알미늄채널, 에폭시채널 2019. 6. 10.
[영상] 대전 대성고 총동문 "한마음 걷기대회" 지난 6월 1일 대전 대성고 총동문에서 주관하는 '한마음 걷기대회'가 보령 죽도 상화원과 대천항에서 실시 되었다. 2019. 6. 10.
상팔자 상팔자 개가 되어 살고 싶네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씻겨 주고 색색 옷도 입혀 주고 때때로 미용실도 가고 조금만 아파도 아무런 걱정 없이 병원도 제집 들락거리듯 치료받는 안방 개로 살고 싶네 길을 가다가도 대변도 냉큼 받아 주고 걷기 싫으면 가슴 품에 편히 안겨 들이며 산이며 실컷 구경 다니는 상팔자로 살고 싶네 견공으로 한평생 호사 호락 하다가 나이 먹어 떠나가는 날 지 애비 에미 죽었을 때보다 더 많이 울고 더 깊이 슬퍼하는 영혼이 쓸쓸한 사람들은 그 먼 민들레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꽃다발이며 사진이며 편지까지 온갖 뒷사랑을 들이 받치고 잃어버린 사람의 견연을 애통한다 저 먼 나라에는 개만도 못한 아이들이 헐벗고 굶주리고 병들어 죽어 가는 일 어두운 그늘에서 어른처럼 살아가며 조금씩 눈물이 자라나는 이웃.. 2019. 6. 8.
싸리꽃 싸리꽃 겨울 옷가지를 봄물에 헹구고 느릿느릿 시리고 저린 손심 모아 빨래를 짠다 몇 해 전 다 태워 버렸던 영감 옷들도 줄줄이 선 하나에 헛것으로 널렸다 산골 깊짝한 풀길 따라 봄꽃은 이름도 없이 소곤소곤 거리고 월남 꿈속에서 불쑥불쑥 쫒아 나오던 젊은 아들의 가벼운 골분상자 싸릿대 줄기마다 씩씩했던 웃음이 하얗게 피었다 싸리꽃은 그렇게 까맣게 늙은 속을 찢고 나와 하얗게 하얗게 몇 날을 흐드러지고 꽃의 향기는 눈물을 짠다 - 김주탁 - - 설날, 경산시 금호강변 매화꽃을 보며, 월남전에서 전사한 아들의 어머니! 대공초소 근무 시절에 보았던 먼 촌막에서 빨래하시던 할머니가 오버랩 되었다 봄날 대민 지원 나가면 홀로 사시던 할머니, 그리고 초소 오르는 길에 싸리꽃의 하얀 반란들! 2019. 6. 8.
한국연극협회, ‘미투’ 연루 극작가 제명 및 공연 불허 입장문 발표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in 서울’ 본선 참가작 미투로 권리정지 된 극작가의 제명 및 충청북도 대표단체 공연불허에 따른 입장문 발표 서울--(뉴스와이어) 2019년 06월 07일 -- 5월 30일(목),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in 서울’을 준비하는 조직위원회(주최 한국연극협회)와 집행위원회(주관 서울연극협회)는 본선참가단체인 충청북도(이하 충북) 대표단체의 극작가가 미투에 연루되어 회원자격이 권리정지 된 회원이라는 의혹을 발견하고 조사한 바, 해당 작가가 개명한 이름으로 참여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6월 1일(토), 한국연극협회는 이사회를 통해 해당 작가를 제명하였고 충북대표 공연단체의 공연 또한 취소키로 결정하였다. 현재 한국연극협회(이사장 오태근)는 2019년 2월 새롭게 출범한 집행부로서 전.. 2019. 6. 7.
파장 파장 논은 논이고 밭은 밭이다 벼는 벼고 보리는 보리다 옥천 오일장 서는 날 버스는 뚱뚱한 보따리들을 거두어 가고 벼는 논에 남고 보리는 밭에 남았다 팔고 팔리는 시끄러운 난장 젊던 세월까지 모두 떨이치고 나면 하늘에는 눈부신 별장이 빼곡 들어섰다 모정이란 헐값에라도 팔아치우는 일 빈 보따리 둘둘 접고 떠나가는 일 파장을 싣고 돌아온 버스가 서고 몇몇 삐걱거리는 늙은 서러움들만 숨을 차며 내렸다 사람의 시간도 불쑥 파장하는 법 그 시리고 따뜻했던 모정은 어디서 누구에게 살꼬 - 김주탁 - - 금구천에서 옥천 숙모님의 노고를 나직이 떠올리며 2019. 6. 7.
민들레 꽃 민들레 꽃 그때가 스물 몇이었나 한강 다리에서 첫 키스를 하였어 우리는 두 손을 맞잡고 별빛 반짝거리는 강물을 내려다보았지 나는 아폴리 네르의 미라보 다리를 청음으로 읊어 주었지 `우리의 사랑도 강물처럼 흐르고~' 너는 종알거렸어 어머, 이 노란 꽃 좀 봐! 작은 크렉에 뿌리를 박고 강바람에 민들레 꽃잎은 마구 흔들거렸어 어쩌다 삼십 년쯤 흘렀나 돌아오지 않을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잘못 내린 용산역에서 힘에 부칠 노량진으로 일부러 걸어가다가 그때 그 다리에 피웠던 꽃 한참을 찾아보았네 - 김주탁 - 2019. 6. 7.
동백꽃 동백꽃 - 선운사에서 선운산 술집에 앉아 봄 술의 취기는 한 여자를 벤다 구겨진 풋 정을 술끝으로 베는 것은 사라진 그 사랑의 눈물을 베는 것인가 눈물은 술에 베인다 베인 눈물은 술잔에 뚝뚝 떨어지고 꽃도 아픈 사랑을 하는가 향기를 버리고 제 속을 찢는 꽃 무엇하러 붉은 내 눈물 훔쳐 피는가 암술도 술이라고 수술도 술이라고 잔뜩 섞어 마시고 사람의 사랑보다 더 붉게 취해 버리는 동백꽃이 참 좋다 - - - - - 살다가 살다가 당신을 잊고 살았습니다 잊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허튼사람의 사랑을 살았습니다 동백꽃 붉게 피어 당신이 흘리던 눈물을 얼른 일러바치면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말도 못하고 동백꽃 가슴에 미칠 듯 주저앉아 동박새 목청처럼 엉엉 울어 버렸습니다 - 김주탁 - - 선.. 2019. 6. 6.
이슬의 꼬심 이슬의 꼬심 젊고 독한 내 여자가 있다 내 어리숙함을 사랑하는 여자는 나의 낡고 고루한 교감에 싫증이 난 듯 끓어 오르던 뜨거움도 몇 도 식혔다 오늘도 너는 나의 빈 틈을 꼬시고 나는 너의 수액을 꼬드긴다 내 혀끝은 깨진 노른자처럼 혼미해지고 하얀 망각의 온도를 숨긴 너는 홀짝홀짝 있는 대로 속을 내주고 있다 문밖에는 꽃잎이 성큼 피려 하는 데 젊은 내 여자여 젊고 뜨거운 도둑괭이 같은 여자여 도깨비 같은 봄이 또 오는구나 후회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어 제 발등을 쿵쿵 찍으며 절룩거리는 밤 내 심장은 엇박자로 뛰고 창백한 씁쓸함은 쏟아진 잉크처럼 번진다 멀쩡한 사람은 내 여자를 모른다 지폐보다 날카로운 여자여 내가 알고 있는 네 꼬심의 뻔한 이유를 막잔에 따라 놓고 한숨의 주름을 꼬집어 보았다 백치처럼.. 2019. 6. 6.
시간의 블랙홀 시간의 블랙홀 벽걸이 시계가 죽었다 자살과 타살의 중립을 지나 한시에서 멈추어 버렸다 남은 잔류를 끝까지 삼키고 바둥거리며 너도 경계를 버리고 싶었나 보다 0과 12의 모호한 의심을 피하려 했을까 나는 며칠 동안 시계의 사체를 걸어 두고 시간이 두들기던 건반의 부재를 즐겼다 시침을 거꾸로 돌려가며 아쉬웠던 과거로 돌아가는 꿈도 꾸었다 그동안 저놈이 내 시간을 얼마나 끌고 다녔는가 또는 떼밀고 하였는가 놈의 침묵은 무성의 반격이었다 하루하루 지나며 답답해지는 것은 오히려 내 쪽이 되었다 건전지를 갈아 끼워 주며 부활의 신성을 흉내 내던 귓가에 착각 착각 시간을 갉아먹는 시침 소리 우주의 박동을 조각하는 소리 생명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는 소리 망각의 웃음소리, 이별이 걸어가는 소리 때가 오면 놈 앞에서 사.. 2019. 6. 5.
가로수 가로수 아랫도리를 내리고 참고 참았던 참음의 방뇨가 멋쩍어서 툭툭 너를 치면서 껄껄 웃었다 참 잘 살아 냈구나 참 참 잘 버티고 있구나 유배의 땅, 블럭의 유폐 속에 갇혔어도 네 몸의 기울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푸르게 취할 줄도 아는구나 가로의 조연으로 알음알음으로 커가며 나무도 길을 산다 나무도 나무의 길을 살고 있었다 - 김주탁 - 2019.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