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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 우중 어린 가지와 긴 삭가지 사이 풀잎과 덩굴줄기들의 거리 비 긋는 여백을 오가며 거미 흰 줄의 그물 집을 짓고 장마 반 음표처럼 참고 있다 - 김주탁 - 2019. 7. 24.
소나기 소나기 갑자기 우릉 쾅쾅 쏟아지는 소낙비 후다닥 뛰지 않는 사람은 비의 비가 비의 비창에 흠뻑 젖어 버리던 우기의 비애가 한 번쯤 있었으리라 쨍쨍거리는 하늘 아래 잠깐 쏟아지는 여우비 같은 홍반의 사랑 하나쯤 버리지 못하였으리라 금세 속살까지 젖어 오는 소낙비 이토록 시원한 직설의 연가 속에서 처마 없는 풀잎처럼 고스란한 것들은 뛰어가지 않았다 - 김주탁 - 2019. 7. 20.
해안선 해안선 통영 연대도에 간다고 하니 친구가 멋진 시나 한 편 써 오라고 한다 그리하마 약언하였다가 술만 진창 마시다 돌아왔네 사람 나고 시도 나는 것이라서 젊던 여행의 기억과 낡은 연모 따위에 아린 가슴만 자꾸 저려와서 푸른 파도 소리만 밤새 뒤집어쓰고 옛사랑만 실컷 마셔 버렸네 - 바다에 섬으로 솟아 늘 뭍이 그리웠다 광야에 산으로 일어나 늘 바다가 그리웠다 그리하여 짠 눈물의 촉수에 엉키어 서로의 그리움으로 풀어져 버린 선 뭍과 바다의 경계가 되었다 끝도 없는 굴곡으로 이어지며 날아 오른 날개들이 벗어 놓고 간 연모의 탯줄 같은 표식이여 쉬지 않고 파도는 울어 오고 엎드려 부서져 가는 뭍의 가슴으로 해안선 사람의 사랑을 깨물고 있었다 - 김주탁 - 2019. 7. 18.
[한원장 칼럼] 공감경영 시리즈1 _ 가족 경영! 쉬운 시작, 어려운 여정 가족 경영! 쉬운 시작, 어려운 여정 - 가족도 일할 때만큼은 동료의식을 가져야 한다. - ‘앗! 곱창집이다! 소곱창이 너무나 먹고 싶었던 2년 전 어느 날, 같이 먹어줄 사람을 구하지 못해 끝내 먹지 못하고 곱창집 앞에서 돌아서야 했다. 이후로도 기본 2인분은 시켜야 하는 곱창을, 냄새도 맡기 싫어하는 남편과 갈 수도 없어 곱창이란 간판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고인 침 삼키며 돌아선 적도 숱하다. 지난주 저녁 산책 겸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새로 오픈한 단아한 이미지의 곱창집이 눈에 들어왔다. 밤 10시가 된 줄도 모르고 무작정 들어가 모듬 곱창 2인분을 주문하고, 남편에게 ‘새로 생긴 곱창집이 있으니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라’며 전화 통보 후 만족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바로 밑반찬이 나왔는데 소간과 육.. 2019. 7. 13.
E001. 워밍업~~ '말하는 칼럼' [공감경영] 가족 경영! 쉬운 시작, 어려운 여정 _ 부동산X파일 방송 다운로드 채널 : http://www.podbbang.com/ch/10588?e=23103207 부동산X파일 - E001. 워밍업~~ 부동산X파일의 인기 방송 E001. 워밍업~~ www.podbbang.com 잠시 쉬고 있었던 부동산 사기 근절 방송 '부동산X파일' 시즌3 방송을 다시 시작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부동산 X파일"에서는 부동산 사기의 피해자나, 이것이 사기인지 아닌지 애매한 거래를 진행중이신 분. 그리고 과도한 회원가입비 또는 교육비등에 의문을 가지신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팟빵 CH : http://www.podbbang.com/ch/10588 유투브 : https://www.youtube.com/user/jijusystem 다음카페 : http://cafe.daum... 2019. 7. 12.
부동산X파일 시즌3를 시작하며... 방송 다운로드 채널 : http://www.podbbang.com/ch/10588?e=23102888 부동산X파일 - 부동산 X파일 시즌3를 시작하며.., : 오디오천국 팟빵 부동산X파일의 인기 방송 부동산 X파일 시즌3를 시작하며.. 편을 지금 팟빵 모바일앱에서 방송을 들으면 캐시를 적립해드립니다. www.podbbang.com 잠시 쉬고 있었던 부동산 사기 근절 방송 '부동산X파일' 시즌3 방송을 다시 시작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부동산 X파일"에서는 부동산 사기의 피해자나, 이것이 사기인지 아닌지 애매한 거래를 진행중이신 분. 그리고 과도한 회원가입비 또는 교육비등에 의문을 가지신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슈퍼 앤 부동산 : http://www.superandsuper.co.kr [슈퍼앤.. 2019. 7. 11.
[인트로 영상] 부동산 X파일 시즌 3 방송 다운로드 채널 : http://www.podbbang.com/ch/10588 팟캐스트 부동산X파일 방송듣기, : 팟빵 부동산X파일 : - 부동산 X파일 카페 http://cafe.daum.net/bujax - 김PD 카카오톡 ID @kimpdc - 김PD 텔레그램 ID @kimpdc - 김PD 이메일 gkcokr@gmail.com - 부동산 관련 제보 받습니다. 지금 팟빵 모바일앱에서 방송을 들으면 캐시를 적립해드립니다. www.podbbang.com "부동산 X파일"에서는 부동산 사기의 피해자나, 이것이 사기인지 아닌지 애매한 거래를 진행중이신 분. 그리고 과도한 회원가입비 또는 교육비등에 의문을 가지신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슈퍼 앤 부동산 http://www.superandsuper.co... 2019. 7. 10.
그늘에서 그늘에서 오직 한 자리에서 단 한 뿌리로 사는 일을 부정했더라면 나무는 푸르지 못했으리라 오직 뚜렷한 싱그러운 풍경이란 곳에서 오로지 초록만을 꿈꾸다 가는 것들을 우리는 식물이라 분류하였다 너의 그늘에 들어 나는 사람 하나 그리워할 줄 알게 되었다 산다고 사는 삶의 변명을 내세우며 너를 통해 분류된 사람임을 긍정하였다 그늘에서는 땀의 가시 끝이 식고 사람 하나 잠시 그립다 또 그리워지는 것을 오래된 친구의 얼굴 하나 가지고도 하루가 어지러웠다 - 김주탁 - 2019. 7. 10.
적의 번역 적의 번역 만삭의 임산부를 죽여 버렸다 압사당한 파열의 흔적 붉은 벽화로 피었다 어둠 속에 빼앗긴 내 피의 꽃이여 밤마다 또 다른 너는 똑같은 기습을 준비하며 투비 오아 낫 투비, 댓 이즈 더 퀘스쳔! 긴 긴 장마가 오는 이유 하나를 풀어내려고 만삭으로 죽어도 좋을 한 편의 시가 되려고 쥬 로벤 오아 쥬 스테르벤, 다스 이스트 예디 프라게! - 김주탁 - 2019. 7. 8.
칠월의 변 칠월의 변 뭐 빠뜨린 것 없나 잘 생각해 봐 먼 여행을 떠날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준비물을 간섭했다 들뜬 마음으로 훌쩍 떠나고 나면 무엇 하나 꼭 빠뜨린 것 같은 하얀 느낌 신이 나서 도시의 경계를 벗어났을 때 아차 싶은 것 여정을 끝내고 지쳐 되돌아오면 그 자리에 고스란히 있었다 바삐 산다고 사는 일도 그러해서 뭐 하나 빠뜨리고 아차 하며 사는 짓 반년이나 지나버린 시간의 변명을 구하며 태양의 눈을 피하는 사이 칠월에 굵어지며 익어 가는 뜨거운 열매들은 절대로 씨앗을 빠뜨리지 않았다 꼭 한 해가 저무는 곳에서 아프게 꺼내 보는 서로의 그렁한 가슴들 - 김주탁 - 2019.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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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앉아 구름에 앉아 어느 찢어지게 가난한 선비 집에 살던 배고팠던 파리 한 마리가 이른 봄날 개울 건너 내로라하던 양반집 잔칫날에 날아가서 종일 산해진미를 빨아 먹고 돌아가던 길 이길 수 없던 배부른 졸음으로 여울 물살에 반신을 숨긴 따뜻한 징검돌에 무거운 몸을 내려앉아 춘몽을 꾸던 사이 겨울잠을 깨어난 개구리 혀끝에 날름 감겨 버렸다 배고픈 천적이 배부른 꿈을 삼키고 뒤늦게 땅굴을 기어 나온 춘사 한 마리가 개구리와 눈이 딱 마주치는 사이 향기로운 봄꽃이 막 피고 있더이다 소백산 하행 길에 잘 우려진 야생 세작을 건네던 땡초에게 즉흥 잡설을 씨부렸더니 아무 대꾸도 없이 녹차나 서너 잔 마시고 내려가라 하더라 산은 두고 봄꽃은 가져가라 하더라 - 김주탁 - 2019. 7. 3.
군사우편 군사우편 어머니가 보내오는 편지 읽기 전에 생각하던지 읽으면서 생각하던지 읽은 후에 생각하던지 다 똑같은 한가지 마음 어머니가 보내오는 편지 삐뚤빼뚤 이가 빠진 글씨들 속에 항상 걱정하시는 똑같은 말씀 아프지 말고 밥 잘 먹어라 - 김주탁 - 2019. 6. 29.
자모사 자모사 Ebs 세계 테마여행 채널을 통해 눈에 가시가 박히도록 귀에 못이 박이도록 보고 들은 나라들 한번은 가 볼 수도 있는 곳 티비를 끄면 화면 속으로 사라지는 이국 꿈을 꾸면 나타나는 국경 없는 땅 가슴에 가시 못이 박히도록 그리운 나라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자모의 나라 살아서는 가 볼 수 없는 곳 어머니의 하늘나라 - 김주탁 - 2019. 6. 29.
사는 법 사는 법 중학교 동창 고우에게 소식이 왔다 행시 일차 합격했단다 H 대학 법대를 차석으로 들어가서 학사장교로 임관한 뒤에 대전 현충원 헌병 대위로 예편하고 모 대기업 몇 군데를 거쳐 그럭저럭 살아 내는가 싶었다 밥줄보다 명줄의 형식이 중한 사람이 있다 결국 녀석은 사십이 다 되어 서초동 변호사실 사무관으로 길을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고 말았다 녀석의 나이가 58세였다 아직 이차 논술이 남아 있지만 꿈이 있단다 이제는 탐욕도 권력욕도 모두 욕된 것임을 알았으니 남은 날들 하고 싶은 일이 있단다 먹고 사느라 벌어 놓은 돈은 없고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없는 자들에게 법 관련 재능기부를 하고 싶단다 아, 나는 세상에 내어 줄 것 무엇 있을까 너에게 사람 사는 .. 2019. 6. 27.
감 떨어지는 소리 감 떨어지는 소리 세상에 배신당한 친구의 중년 삶이란 내 주머니 속의 동전 같다 서로 취해 솔제니친까지 나오고 난 그 러시안 친구 기억이 가물거리는 데 유월 말 밤바람에 청감만 자꾸 떨어지는 소리 녀석이 앉아 있던 C 은행 과장자리까지 들려 오던 띵똥소리 같았을 땡감 떨어지는 소리 긴 긴 장마가 또 오려나 보다 - 김주탁 - 2019. 6. 26.
작가들이야! 작가들이야! 일이 길어져 늦게 마무리하고 갑자기 종일 더웠던 터라 혼자 추어탕에 소주 한 병 비우고 카운터에 갔다 그리고 계산이 오가던 중에 한마디 했다 티비 옆에 걸려 있던 풍경화도 사실화도 상징화도 아닌 편액 반 유화 그림에 대해 그 누구일까마는 그림 그리지 말라고 했다 원근도 선의 회합도 색채의 조합도 표정도 없고 못 된 테크닉만 짙게 처바른 꼴이 급할 때 꼭 라면 남비 받침대로 쓰면 딱일 것 같은 싸구려 그림 카운터 여자가 말끝에 칼날을 세운다 작가들이야~ 썩을 것, 하기사 나도 늘그막에 그런 시를 쓰며 세상을 탐닉하고 있으니 에라이, 남원 추어탕 반도 못 따라가는 헛 맛을 가지고, 엉뚱한 생짜 부리던 꼴이 부끄러워 먹는 것 하나에도 취해 버린 내가 싫었다 - 김주탁 - 2019. 6. 26.
노란 주전자 노란 주전자 내 몸의 태생이 백토나 스텐레스도 아니고 더우기 고급 세라믹이 아니었어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겉을 닦고 속을 씻어 내며 너의 발길을 기다렸다 비가 오는 날이면 꼭 오겠거니 설레이면서 지글거리는 지짐과 부침개 부치는 소리에 흥이 더하던 날은 행복했다 내 혈육들은 뿔뿔이 흩어져 뜨거운 불기운을 먹다가 갈라지고 구멍 나는 가슴에 땜질하며 버티고 버티다가 엿가락 몇 줄이나 빨래비누 몇 토막에 목숨이 팔려버리는 일이 서러웠어도 그래도 너희들에게 뜨겁게 살다 가지 않았더냐 이 몸의 팔자는 수기를 타고 태어나 끓어 오르는 화기는 피했어도 날마다 출렁거리는 냉가슴을 품고 살면서도 생때같은 삶에 지쳐온 너희 설토들을 모두 받아 주지 않았더냐 사는 것이 무엇 있겠는가 나처럼 어깨가 찌그러지고 낯빛이 벗겨지.. 2019. 6. 26.
못된 버릇 못된 버릇 온다던 비는 안 오고 마른번개만 번쩍거리던 밤길에 들고나온 긴 우산 때문에 되돌아가던 시간까지 내내 얼마나 신경 쓰이고 불편했던지 집에 돌아와 신발장에다가 젖지도 않은 우산을 집어 던졌다 학교 갈 때 어머니가 챙겨 주시던 새끼손가락만 한 몽당연필을 내던져 버리던 그때 그 버릇 못 고치고서 - 김주탁 - 2019. 6. 26.
비둘기호로 너에게 간다 비둘기호로 너에게 간다 경부의 하행선을 달리며 교각을 건너고 터널을 통과했다 붉은 석양의 분사 속으로 강을 지나며 물감 빛 산들을 넘기고 있었다 옥천과 영동을 지난 열차가 추풍령역에 섰다 산턱에는 몇몇 집 등이 켜지고 뭇 별들이 물방개처럼 헤엄치는 하늘 아래 단풍잎들이 우표처럼 날아다녔다 뒤따라 오던 급행의 열차들이 저 바쁘다며 차례를 바꿔 먼저 지나는 동안 난 플랫폼에 서서 뜨거운 우동 한 그릇에 작은 기쁨으로 속이 차올랐다 그리고 속닥거렸다 그리운 사람에게는 비둘기호를 타고 가자 열차는 여러 간이역마다 화장을 고치며 기다리던 응석들을 받아들이고 지리한 졸음들이 꾸벅거리는 완행의 열차는 경산역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다 쉬이 만나면 더 빨리 멀어지는 애절 때문에 그리운 사람에게는 비둘기호를 타고 간다 -.. 2019. 6. 26.
눈물 눈물 눈물이 뚝 뚝 떨어지기까지 눈물의 가운데는 깊다 가운데는 짙다 가운데는 무겁고 아프다 그 누굴 위해 눈물의 가운데를 품고 산다는 것 그 누구의 가슴에서 절절한 사랑의 중심이었음을 사람은 꿈꾼다 눈물의 한가운데 쓰러지던 이별 눈물은 슬픔의 피다 아, 눈물의 양수에서 처음 숨을 트던 어머니의 아들딸들아 숨소리보다 피보다 먼저 만들어지던 슬픔의 지우개여 울고 싶을 때는 펑펑 울어야 가벼워 진다 - 김주탁 - 2019. 6. 21.
제비 제비 어미는 벌레를 물어 올 때마다 열갈래 갈등이었다 작은 입이 찢어져라 울어대는 장구 북편처럼 시끄러운 노란 주둥이들 더 크게 우는 놈은 다음 차례다 속이 찼으니 더 시끄럽겠거니 하다가도 자꾸 더 크게 우는 놈의 입을 채웠다 살아남으려면 더 크게 울어라 채편처럼 두두둥둥 요란하거라 세상 한점 물어와 새끼를 먹이는 짓이 제비는 날마다 가슴 아팠다 아, 짠 눈물을 물고 와 웃음을 먹이시던 어머니 날마다 천근의 몸을 끌고 와 만근으로 주무시던 육 남매의 어머니여 마지막 먹이를 물고 온 제비는 축 처진 새끼 한 마리의 입을 채워 주었다 - 김주탁 - 2019. 6. 17.
SF 시나리오 SF 시나리오 갑자기 단전 단수 단유가 된다면 나는 좋아라 춤을 출 것이다 깜깜한 세상, 별을 보며 살 것이고 접촉사고나 신호위반 대신 서로의 어깨를 부딪히다가 호형호제하며 가까워질 것이고 너의 안부를 묻기 위해 편질 쓸 것이고 목마른 놈 먼저 샘물을 팔 것이고, 지나는 아무개에게 선뜻 바가지물을 내어 줄 것이고 정말 네가 보고 싶을 때, 서너 날쯤 맘 잡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너에게 달려가리라 부둥켜안고 아무 길바닥이나 나뒹구리라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이기지 못해 별빛 달빛 내린 박주의 술로 만취하리라 제발, 지진이나 홍수나 전쟁으로의 단절로 우리의 목줄이 비틀리지 않기를 나는 먼 별나라 이야기였던 공상 과학 시나리오를 아이에게 신나라 들려주었다 - 김주탁 - 2019. 6. 15.
노을 노을 당신은 처음에 그렇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언덕 위에 노을이 내릴 때 당신의 마음은 꿈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언덕 위에 노을이 내릴 때 당신의 이름이 헛된 세월이란 것도 뒤늦게 알아 버렸습니다 사람을 살다가 알아 버렸습니다 - 김주탁 - 2019. 6. 13.
우설 편육 우설 편육 일소의 혓바닥처럼 고단한 부처가 또 있었을까 멍석만 한 혀를 쑥 빼어 내밀고 부글거리는 입거품이 코뚜레까지 엉키고 시린 우골을 지게 작대기처럼 짚어 가며 힘써 갈아 넘기던 전답의 힘줄들 첫닭 울며 잔별 지는 새벽이면 물안개 오르듯 무럭거리는 쇠죽 김에 호수 같은 눈망울 껌벅거리며 음메 으으음메 긴 밤의 숨소리들에게 몸 울음 하였다 백열등 켜지는 연푸른 어둠 끝에서 손하품 하던 여자 통나무 구유에 여물 가득 쏟아 붙듯 사내의 국 사발 대접에 한 국자 더 퍼 담던 시루 콩 나물국 소나 사람이나 한 식구였던 아득한 통절히 깊게 패인 내 이마 고랑을 채워 오고 할아버지 뒤따라 하늘 밭으로 떠난 그 일소 잘 삶아진 우설 편육 한 접시 앞에 두고 깡소주만 들이키다가 사람 혀만 이랑처럼 꼬부라졌다. - 김.. 2019. 6. 13.
선영이 선영이 선영이는 지하 다방 레지였다 덩치는 크고 어린 것이 남달리 순수하고 촌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층 고시원에서 만난 우리들은 가끔 중요한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면 지하에 내려가 차 한잔과 엽차로 서너 시간 죽 때리고는 하였다. 아주 가끔 그녀의 매상을 위해 커피 몇 잔을 추가로 팔아 주기도 하였다 그녀는 차 배달은 하지 않았다 일 층에 대걸레 빨러 올라올 때 만나거나 어찌 마주치거나 하며 오빠 동생 사이가 되었을 때 나는 그녀의 눈썹 라인이나 립스틱 색조를 빈정거리며 놀려 대다가 꼬집힘의 응징을 당하기도 했다 어느 날 그녀의 배가 점점 불러오더니 이내 다시 쑥 꺼져 버렸다 술 한잔 하면서 듣기로는 젊은 동거남의 벌이가 시원치 않아 지워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의 생일이 내일이었다 마침 단풍이 .. 2019. 6. 11.
꼬막을 씹으며 꼬막을 씹으며 한 뼘을 기어가기 위해 한 모금 짠물로 썰뻘을 버티기 위해 한치의 깊이 속으로 박히기 위해 작은 것들은 몸부림쳤을 것이다 목숨을 걸기도 했으리라 한점 바다의 작은 이력을 씹으며 아, 너도 너를 산다고 발버둥 쳤을 것이다 어금니를 악물기도 했으리라 끓어 오르는 민물에 쩍쩍 입을 벌리고 쓴 술맛의 희석을 위하여 쓴 살맛의 흔들리는 중심을 위하여 쫄깃거리는 속을 뺏긴 빈 껍질들이 탁자 위에 수북 쌓여 갔다 - 김주탁 - 2019. 6. 10.